---
불과 이틀 전, 나는 굳게 결심하였다.
흘러가는 인생을 살지 않겠다고.
인생을 직접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한 달 전인 2월 17일엔 내가 무엇을 하였느냐.
달력을 찾아보니 월요일이다. 전혀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출근해서 밥을 먹고, 퇴근해서 밥을 먹고, 잠을 잤을 것이다.
난 이런 기억이란 퍼즐들이 모여 완성되는 그림이 되고 싶지 않다.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살아갈 것이다.
누군가 이 책을 읽었냐고 물어봤을 때 읽었다고 할 정도로 다독가가 되겠노라.
누군가 이 영화를 보았냐고 물어봤을 때 보았다고 할 정도로 매니아가 되겠노라.
틈틈이 운동을 하여 몸을 키우고, 뉴스 기사를 한 줄 더 읽어서 지식인이 되겠노라.
나는 허공에 소리친다, '할수있다!'
맞은편 벽에서 내 목소리가 틩겨나온다.
그렇게 나는 3월 17일, 오늘 아침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지상 1층에 있는 차를 꺼내 출근한다.
쉬는 시간 없이 열심히 작업한 후 퇴근한다.
샤워 후 동네 마트를 들렀다.
고기와 채소에 달려 있는 가격표를 보고 10분 동안 합리적인 가격인지 고민한 후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아낀 금액은 천 원도 안 될 것이다.
집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며 맛있다는 생각을 한다.
인터넷에 널려 있는 재미있는 글과 댓글들을 보며 껄껄거린다.
휴대폰을 꺼내 짧은 유튜브 영상을 보며 피식거린다.
한창 웃으며 화면을 바라보다가 문득 시계를 본다.
저녁 8시가 넘었다.
이렇게 하루는 또 끝나간다.
오늘의 하루가 기억될까? 의미가 있을까?
전혀 없다. 기억할 가치조차 없다.
난 오늘도 맞췄다. 의미 없는 퍼즐 한 조각을.
결국 퍼즐 조각들을 다 맞춘다면 예쁜 그림이 나올까?
전혀. 난 이미 퍼즐판의 절반을 채웠다.
무슨 그림처럼 보이는가?
그림이 덜 그려졌다고?
무슨 그림이 그려질 것 같은가?
처음 맞추기 시작한 부분에는
밝은 색의 퍼즐이 맞춰지면서 어떠한 형태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의미 없는 회색빛 퍼즐만이 맞춰지고 있다.
지금 이 퍼즐판은 절반 정도 채워졌다.
아무도 이 그림의 제목을 맞추지 못한다.
퍼즐판의 주인인 내가 감히 그림의 제목을 맞춰보겠노라.
이 그림의 제목은 공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