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단편 소설

짝사랑 [소설]

약한소리뱉기 2025. 4. 25. 16:26









처음 그녀를 본 순간,
나는 이미 사랑에 빠져 있었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오히려 두려웠다.
내가 나를 알기도 전에
마음이 앞질러 달려가 버렸다.
'시작하자마자, 중간을 건너뛰어버린'
그런 사랑이었다.
 
 
처음 그녀와 만났을 땐
우리는 우연히 같은 색의 옷을 입고 만났다.
그 사실만으로도 나는 왠지 모르게 어색해했다.
'너와 나는 섞일 수 없는 걸까?'
다름이 아니라, 그저 색이 같았을 뿐이었다.
 
나는 나답게 사는 것보다
네가 너답게 사는 것을 원했다.
 
 
우리 사이에는
이름조차 붙이기 어려운
애매한 공기가 흘렀다.
그 이름은 ‘짝사랑’이다.
 
 
-
 
 
 
그녀를 하루하루 만날수록
우리는 둘도 없이 가까워졌다.
어느 날은, 자연스럽게 웃으며 손을 잡아보았다.
그녀도 웃어주며 손을 꽉 쥐어주었다.
어느 날은, 공부를 하고 있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녀도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너에게 있어서 나는 뭐야?"
내가 그녀에게 묻자
그녀는 나에게 '둘도 없는 친구'라고 얘기하였다.
 
알아주었으면 좋겠지만
알아주길 바라지 않았다.
 
내 마음을 네가 눈치채지 않기를 바랐다.
그럼에도 한 번쯤은 네가 알아주길 바랐다.
 
 
소나기가 내리던 날,
우리는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아무 말도 없었다.
나는 슬그머니 그녀의 손을 잡으려 하였다.
그녀는 조용히 손을 피했다.
가슴이 시렸다, 아니 얼어붙을 것만 같았다.
 
곧 버스가 도착하고 
그녀는 버스에 올라타며 나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먼저 갈게 다빈아"
나도 쿨한 척 인사를 받아주었다.
"응 조심히 가"

 
사실은
사실은 무너져버릴 것만 같았다.
 
나는 나답게 사는 것보다
네가 너답게 사는 것을 원했다.
 
우리 사이에는
이름조차 붙이기 어려운
애매한 공기가 흘렀다.
그 이름은 ‘짝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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